[시론] 흡연자는 흉측한 광고를 안 볼 권리도 없나
http://joongang.joins.com/article/aid/2014/08/22/15179653.html?cloc=olink|article|default
그들은 말한다. “담배는 백해무익하다. 사회적 비용을 엄청나게 증가시킨다. 담배 연기는 곧 죽음으로 이끄는 발암물질 덩어리다. 그래서 흡연은 간접살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말한 대로 담배는 머지않아 엄청난 사망자를 낼 것이다. 그러니 담배는 죄악 그 자체다. 한번 중독되면 헤어날 길이 없으니 아편보다 더 지독한 마약이다. 자, 담배를 퇴치하자. 이웃이 피우는 담배는 나의 건강을 해칠지 모르니 당장 그 이웃에게 항의하라. 모든 거리를, 공원과 식당, 아파트와 빌딩을 금연구역으로 만들어 담배를 피우는 야만인들을 추방하자.”
이제 담배는 공적(公敵)이요, 흡연자는 죄인이다.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담배는 사라졌다. 칼로 사람을 난자해서 사지가 떨어져 나뒹굴고 사람을 향해 총을 난사하는 섬뜩한 장면은 괜찮아도 흡연은 금기 대상이다. 고등학교 여선생과 남학생이 벌이는 사랑놀이나 불륜행각은 버젓이 방영되는데도 담배는 안 된다. 담배는 그 어떤 사회적 흉기보다 더한 흉기이며, 흡연은 그 어떤 병리현상보다도 더 끔찍한 증상이 된 것이다.
담배에 대한 이런 일방적인 공격은 점점 더 강도를 더해 간다. 흡연자는 늘 가해자고 비흡연자는 피해자다. 담배보다 술이 몇십 배 사회적 비용을 부담시킨다는 항변은 조롱거리다. 살인과 폭행, 강간과 강도범의 절반은 취중 범죄다. 담배에 취해 강간하거나 살인한 경우를 본 적이 있는가? 술과 간암의 관계와는 달리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완전히 인정한 법정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주장도 파묻힌다. 그래서 담배보다 백 배는 해롭다는 자동차 배기가스에도 붙지 않는 건강증진부담금이 담배에는 붙는다. 만병의 원인이어서 낸다는 이 특별부과금은 돈을 낸 흡연자를 위해서 써야 하는데 그러지도 않는다. 심지어 흡연자는 지방교육세까지 낸다. 흡연자는 나라가 만만히 여기는 봉이 된 것이다.
그것까진 괜찮다. 참을 만하다. 흡연자가 중독자라서 돈을 쉽게 뜯는다면 담배라도 편하게 피울 수 있게 해야 할 텐데 그런 배려는 없다. 극장이나 경기장·공원 같은 다중(多衆)이 모이는 곳은 이제 당연히 금연구역이다. 흡연실조차 없다. 식당과 술집은 물론 자기 집 베란다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도 없게 됐다. 후미진 골목 안에서조차 함부로 담배를 빼 물면 욕먹을 수 있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정부청사든 법원이든 국회든 흡연자가 갈 곳은 짐승 우리 같은 좁디 좁은 흡연실뿐이다. 그마저도 없어 비바람 치는 청사 밖 구석에서 담배를 물어야 한다. 민원인은 그렇다 치고 이쯤 되면 흡연은 곧 공직자의 결격사유가 된다. 흡연자의 흡연권도 기본적 인권임을 인정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무색해진 것이다.
그것만으로 성에 안 차는지 보건복지부는 오래전부터 담뱃갑 디자인을 흉측한 폐암이나 문드러진 구강 사진으로 하자고 나섰다. 그걸 보고 담배를 끊을 것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런 까닭에 미국에선 위헌 판결까지 받았다. 실제 경고 그림을 도입한 나라에서 흡연율이 떨어지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효과 있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편다. 요즘은 한술 더 뜬다. 텔레비전에 느닷없이 뇌졸중 환자가 등장한 것이다. 프로야구를 시청하는 토요일 오후, 막간에 느닷없이 괴기스럽게 얼굴이 뒤틀린 환자와 그 환자 뇌의 해부학적 장면을 봤다. 과연 그런 광고가 금연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흡연자가 그런 그림을 보면서 불쾌해하지 않아도 되는 권리는 없는 것인가. 그 광고비는 흡연자들이 낸 건강증진기금이다.
정말이지 이건 너무 심하다. 담배를 끊지 못해 뇌졸중에 걸렸다는 이 작위적인 장면은 과연 정당한 것인가? 그렇다면 왜 자동차 배기가스가 폐암을 유발하고 술이 간암의 원인이 되는 데엔 침묵하는가? 한때 담배는 세수의 절반 가까이를 감당했다. 국가기관인 전매청이 담배를 팔았다. 군대에서도 담배를 줬다. 그때 배운 담배를 아직 끊지 못하는 나를 국가가 봉으로 만들고 죄인으로 만들다가 이제는 불치병 환자로 만든다. 그러면서 그들은 담뱃값을 올릴 것이다. 속으로는 금연엔 별반 관심도 없는 정부가 세수의 명분을 만든다고 하면 지나친 말인가?
담배의 해악은 모두가 안다. 그래도 살아남은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담배는 감성 대신 이성을 증진시키는 유일한 기호식품이란 말까지는 굳이 하지 않겠다. 전매청이 가르친 담배를 왜 마약으로 여기느냐고 따지지도 않겠다. 담배도 상품이니 재산권이고, 흡연자도 좋은 디자인의 담배를 즐길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말도 참겠다. 어쨌든 이 나라 성인 남성의 30%가 흡연자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끊고 싶어도 끊지 못하는 서민이거나 정신노동자들이다. 그래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정말 죄악이 아니라면 흡연자에게 최소한의 배려는 있어야 한다. 이미 봉이 된 흡연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흡연자도 쾌적하게 담배를 즐길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허용하는 관용마저도 없는 사회는 사막 같은 삭막한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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