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때문에 논 말랐다?... 반대 매체들 너무해”
“4대강 때문에 논 말랐다?... 반대 매체들 너무해”
“4대강 때문에 논 말랐다?... 반대 매체들 너무해” |
“일부러 물 안댄 건답 사진 싣고 4대강 탓... 가물어 논 물 부족한 것도 4대강 탓“ |
-4대강 때문에 모내기 못한다는 함안 현장 가보니
“기자들에게 4대강에 ‘4’자도 안꺼냈지. 왜 (4대강 때문에 모내기 못한다는)그런 기사가 나왔는지 모르겠어. 분명이 건답 직파논이라고 했었는데...” (함안군 대산면 농민)
최근 4대강 사업 때문에 논이 갈라지고 모내기를 못한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랐다. 정작 해당지역의 하나인 함안군 대산면의 현장을 직접 가봤다.
확인 결과 사실과 크게 달랐다
지난 6월 8일과 9일, 논이 말라 쩍쩍 갈라져 보기에도 섬뜩한 사진이 ‘4대강 주요뉴스’로 전국을 뜨겁게 달궜다. 당시는 모내기가 한창인 시기였다. 민감한 시기에 “4대강 사업으로 수위가 내려가 모내기에 물을 못 대는 지경”이라는 내용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건답도 모르고...4대강 때문에 논 말랐다니...”
모내기가 비상이라는 지역은 “함안보 때문에 침수피해가 예상된다”며 오래전부터 논란의 중심이 돼 온 함안군 내의 한 농촌들녘이다. ‘쩍쩍 갈라진 논’ 사진은 다산면 부목리 1215-8번지였다. 수박비닐하우스 몇동 옆의 약 800평정도의 반듯한 논이다.
이 논이 왜 화제의 주인공이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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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9일 부산일보 기사에 소개된 문제의 논. 논을 배경으로 찍힌 박진호 씨는 옆 비닐하우스 주인이다. 그의 오른손엔 수박 순을 따주는 전정가위가 들려있다. |
▲ 비닐하우스 주인 박진호씨가 멀쩡한 논을 4대강때문에 모내기를 못했다는 것으로 여러 언론에 소개됐다는 게 이상하다며 웃고 있다. |
지난 8일 한겨레신문 노컷뉴스 등 수많은 매체는 ‘4대강 준설로 모내기를 못한다’며 이 고장 소식을 실었다. 부산일보는 이튿날 근심어린 농민 사진과 함께 비슷한 취지의 현장기사를 실었다. MBC도 그런 보도에 동참했다. 많은 언론이 이곳 논을 배경으로 취재를 해갔다. 어떤 매체들은 “대산면 주민들 대부분 모를 못냈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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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쩍쩍갈라진 논으로 소개된 배수문 씨의 논. 옆에 보이는 비닐하우스는 이 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던 박진호씨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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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과 신문에서 쩍쩍 갈라진 논으로 소개된 배수문씨의 직파 논. 지금은 물이 필요할 때래 논바닥에 물이 차 있고, 다른논에 비해서 벌써 모 포기가 한움큼씩 튼실하게 불어있다. |
박 씨는 “이동네 다른 사람들이 기자에게 어떻게 말했는지는 몰라도 난 취재왔을때 4대강 사업으로 물이 모자라 모를 못 냈다는 말은 절대 안했고 할 이유도 없었다. 당시에 ‘갈라진 논’ 아래 다른 논도 모내기를 마친 것을 기자들도 보고 갔다”고 했다.
‘4대강 모내기’ 소동에 대해 “뭘 모르는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박씨는 “나도 수박하우스 없애고 나서 6월 말에야 모내기를 할 것이다. 이 곳은 2모작으로 비닐하우스의 열매채소를 수확한 뒤 다시 논으로 만들어 벼를 심는다”고 했다. “시급한 모내기를 물이없어 못한게 아니라 할 때가 안돼서 안한 것들”이라고 어처구니없어 했다.
그러면서 “신문에 사진 나온걸 알았다면 모델료라도 달랄 걸 그랬다”고 허허 웃었다.
기자가 현장취재를 간 22일 ‘쩍 갈라졌던 논’에 도착했으나 역시 논 주인 배수문 씨는 다른 일 때문에 논에 있지 않아 전화로 연결했다. 배 씨도 “내 논에 내가 물대기 싫어 안 댔는데 무슨 난리났냐”고 쏘아붙이며 그동안 언론 보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직파농법 모르고 헛소리들”
배씨는 또 “마른 논에 직접 파종하는 직파 농법을 모르고 헛소리들을 한다”며 “직파는 볍씨를 뿌리고 싹이나 뿌리를 내릴 때까지 물을 대면 안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씨의 논은 벼 포기가 현재 진한 초록색으로 포기마다 10여 가닥으로 가지를 쳐 수북해보였다. 논 바닥엔 물이 찰랑거렸다. 쩍쩍 갈라져 말라죽을 것처럼 보였던 벼포기가 이렇게 튼실하게 불었을까?
당시 기사에 등장한 바닥이 갈라진 논은 주인 배수문 씨가 일부러 물을 뺀 논이었다.
당시 언론에 사진과 함께 소개된 수박하우스 주인 박씨도 “난 분명히 ‘직파논이라서 물이 없는 것이다. 지금은 물을 채우면 더 잘 자라겠지만 물을 안 대도 문제는 없다고 분명히 설명했었다”며 언론에 내가 한말이 그대로 실리지 않았다고 했다.
4대강 때문에 모내기 못한다는 보도 계속 이어져
사실 모내기와 4대강을 연결지은 기사는 6월초만이 아니었다. 장마를 앞두고 이 일대와 관련된 기사는 줄을 이었다.
K신문은 “4대강준설공사로 물 부족...농민들 ”모내가 어떡하나“ 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대산면 장포 들녘을 등장시켰다. N신문은 13일 “4대강사업이 홍수대비? 여긴 홍수 피난갈 판”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싣고 “지난 4월 5월 한바탕 물난리를 겪은 함안군 대산면 장포들녘에 긴장감이...” 등의 내용을 전했다.
m인터넷매체도 13일 “함안군 대산면에 이어 고령군에도 4대강사업으로 모내기를 제때 못했다”는 보도를 했다. O신문도 “배수문 역류, 4대강의 미래..”라는 제하의 기사를 싣는 등 비판적인 기사들이 보도가 셀 수 없이 이어졌다.
현장을 모르는 다른 지역 독자들이 보면 4대강 현장은 이미 재앙이 시작된 것으로 여겨질 듯 강한 어조의 부정적인 논조가 주류였다.
농어촌공사 함안지사 김치언 소장도 “이곳 농촌은 47%정도가 비닐하우스 등을 하며 2모작을 한다. 6월초에는 직파기계로 직접 볍씨를 파종하고, 모내기는 6월말까지 이어진다”고 했다. 볍씨를 직점 파종한 논은 ‘건답 직파’논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비닐하우스를 하는 농민들은 채소를 수확하고 6월 말경 모내기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오랜 가뭄으로 물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양수에 지장없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수박하우스 주인 박진호 씨는 “낙동강 특위같은 반대하는 사람들이 언제는 물차서 피해본다고 하고, 언제는 4대강 때문에 말랐다한다”며 “사실이건 아니건, 물차면 배수기로 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네덜란드는 국토가 물보다 낮은데도 농사 잘짓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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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안군 대산면 대산들녘의 논. 22일에도 모내기를 하려고 물을 채워놓은 곳이 많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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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산들녘의 논. 모를 낸지 얼마 되지 않은 논의 모가 보인다. |
이날 취재를 갔던 대산 들녘엔 비닐하우스를 뜯어내고 모내기를 하기 위해 써레질을 마친 논도 보였고, 아직도 물을 대지 않고 밭인 상태인 곳도 있었다.
수자원공사 경남2지구 건설단 관계자도 "한때 일부 농가에 물이 제때 들어가지 않은 곳도 있겠지만, 농어촌공사 양배수시설과, 취수장, 가뭄 등 여러가지 요인 때문이지 4대강사업때문에 모내기를 못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